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죽음을 마주하는 직업, 장례 지도사라는 세계

by 푸르른안개 2025. 4. 11.


장례식. 누구나 언젠가는 마주하게 될, 그러나 가급적이면 멀리하고 싶은 의식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도 유족들을 위해 일을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 무거운 순간에 조용히 뒤편에서 유족을 돕고, 고인의 마지막 길을 정중하게 안내하는 사람이 있죠. 바로 장례 지도사입니다. 장례 지도사는 어떤 일을 할까요? 또한 왜 이런 직업을 선택했을까요? 장례 지도사라는 직업이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은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데 말이죠..

 

많은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낯설고, 때론 오해받기까지 하는 직업.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작별을 품격 있게 마무리하기 위해 이들은 자신의 하루를 바치고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가 잘 몰랐던 장례 지도사의 진짜 세계를 들여다봅니다.

죽음을 마주하는 직업, 장례 지도사라는 세계
죽음을 마주하는 직업, 장례 지도사라는 세계

장례 지도사는 어떤 일을 할까? – 단순한 절차 관리자가 아니다


‘장례 지도사’는 흔히 말하는 장례식장 직원과는 구분되는 개념입니다. 장례의 전 과정을 기획하고, 진행하며, 유족을 심리적으로 돕는 전문직이죠. 한 마디로 말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총괄하는 연출자’이자 ‘유족의 감정까지 살피는 조력자’입니다.

 

장례 지도사의 주요 업무는 다음과 같습니다:
- 고인 접수 및 상담: 사망 직후 유족으로부터 장례 방식, 종교, 예산 등을 파악하고 상담합니다.

- 장례 절차 기획: 장례 일자, 입관식, 발인, 장지까지의 일정을 계획합니다.

- 입관식 준비: 수의 착의, 염습(염을 맡은 전문가와 협업), 영정 사진, 상복 준비 등을 챙깁니다.

- 빈소 및 행사 진행: 조문객 응대, 장례 의전 진행, 식장 내 관리 등을 총괄합니다.

- 발인 및 화장/매장 안내: 운구 차량 안내, 발인사 의전, 납골당 및 매장지 안내를 포함합니다.

 

그 외에도 사망진단서 발급 절차 안내, 장례용품 구매 및 정산, 공영장례(무연고자 장례) 절차 대행 등 다양한 행정 업무도 수행합니다.

특히 유족이 갑작스러운 사망 상황으로 큰 충격을 받았을 경우, 심리적으로 안정된 안내와 감정 케어까지 요구되며, 어떤 말과 표정, 태도를 보여야 할지도 큰 고민이 됩니다. 그만큼 전문성과 감정 노동이 동시에 요구되는 직업이기도 하죠.

장례 지도사의 하루 – 고요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일상


장례 지도사의 하루는 ‘시간표가 없는 삶’입니다. 사망은 예고 없이 찾아오고, 장례도 정해진 9 to 6에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죠.

 

■ 하루 일정 예시:
AM 6:00 ~ 8:00: 야간 중 사망자 발생 시 입관 준비, 빈소 세팅

AM 8:00 ~ 12:00: 유족 상담, 장례식 절차 안내, 각종 서류 준비

PM 12:00 ~ 4:00: 입관식 진행, 영정 촬영, 장례용품 점검

PM 4:00 ~ 7:00: 조문객 안내, 유족 응대, 다음 날 발인 준비

PM 7:00 이후: 당직 근무(발인 준비, 유족 요청 대응 등)

 

장례식장이 24시간 돌아가는 곳이라는 특성상, 교대 근무 또는 비상 대기 근무가 필수입니다. 특히 주말이나 명절에도 쉴 수 없는 경우가 많고, 하루에 여러 건의 장례를 동시에 맡는 경우도 흔합니다.

무엇보다 이 일은 단순한 절차의 반복이 아니라, ‘매번 다른 유족, 다른 죽음, 다른 감정’을 마주하는 일입니다. 갑작스런 사고사, 노환, 영아 사망, 자살, 무연고자 등 그 종류도 다양해, 매일이 새롭고 매일이 조심스럽습니다.

고인의 삶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 유족이 그 작별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장례 지도사의 세심한 손길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장례 지도사의 자격, 근무 환경, 그리고 이 직업을 선택하는 이유


■ 자격증과 진입 방법
장례 지도사는 국가자격인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전문직으로 일할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장례 관련 학과(보건행정과, 장례학과 등)에서 공부하거나, 민간교육기관의 전문 과정을 이수해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습니다.

필기: 장례학개론, 해부·병리학, 위생관리 등

실기: 입관 의식, 수의 착의, 시신 안치 등 실무 시험

이후 장례식장, 병원 장례식장, 공공장례센터, 장례용품 업체 등으로 취업하거나, 일정 경력 후 자영업(장례컨설팅)으로도 확장할 수 있습니다.

■ 수입과 근무 조건
초봉은 약 250만 원에서 시작하며, 야간·주말 수당이 포함되면 월 300~400만 원선도 가능합니다.

교대 근무가 많고, 연차 사용은 어렵지만, 직무 특성상 은퇴 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정서적으로는 쉽지 않지만, 사회적으로 점점 더 필요해지는 직업군이라는 점에서 미래성도 높습니다.

■ 이 직업을 선택한 이유?
많은 장례 지도사들이 이 일을 택한 이유로 “누군가의 마지막을 잘 마무리해 주고 싶었다”는 말을 합니다. 또한 장례가 끝난 뒤 유족이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잘 보냈습니다”라고 말해줄 때, 세상 그 어떤 일보다 따뜻하고 묵직한 보람을 느낀다고 하죠.

 


장례 지도사는 삶의 끝을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하는 직업입니다. 죽음을 다룬다는 이유로 꺼려지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만큼 삶을 깊이 이해하게 되는 직업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책임지는 일, 누군가의 인생을 존중하는 일. 장례 지도사는 감정과 사람을 중심에 두고 움직이는 아주 ‘사람다운’ 직업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사람을 위한 일”을 하고 싶고, 그 과정에서 사회적 의미를 찾고 싶다면, 장례 지도사라는 직업을 진지하게 고민해볼 가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