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은 밥심이라고 하죠. 점심시간마다 편하게 받아보는 도시락, 대기업 단체 급식, 병원·학교·공장 식당 등에서 제공되는 수많은 식사들. 이 모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손을 거쳐 완성됩니다. 바로 '도시락 제조 및 급식 센터' 근무자들입니다.
겉보기엔 간단해 보일 수 있지만, 이들의 하루는 시간과 싸우고, 위생과 정밀함을 지켜야 하는 고강도 노동의 연속입니다. 이 글에서는 도시락 제조·급식 센터에서 일해본 분들의 경험을 토대로, 그 현실을 생생하게 전해드리려 합니다. 우리의 점심시간을 책임져주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하루는 새벽부터 시작된다 – 시간과의 전쟁
도시락 제조와 급식은 대부분 아침 혹은 점심시간에 맞춰 납품되거나 배식되기 때문에, 근무는 보통 새벽 4~5시부터 시작됩니다. 일부 센터는 전날 밤부터 재료 손질을 시작하기도 하고, 조리팀은 이른 새벽에 출근해 가열, 조리, 세팅 등 정해진 시간 안에 모든 단계를 마쳐야 하죠.
생산 라인에서는 시간당 수백~수천 개의 도시락을 생산해야 하기에 흐트러짐 없는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기계와 수작업이 혼합된 공정 속에서 빠르게 움직여야 하고, 중간에 실수라도 나면 전체 일정이 밀리기 때문에 상당한 긴장감을 요구합니다.
출근은 새벽인데 퇴근은 오후 늦게가 될 때도 많고, 점심시간은 따로 없이 돌아가며 먹는 경우도 흔합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더위 속에서 위생까지 철저히 신경 써야 하니 체력 소모도 큽니다.
위생은 기본, 품질은 생명 – 눈에 보이지 않는 책임감
급식과 도시락은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위생 관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조리 전에는 손 세척은 물론, 마스크·장갑·앞치마 착용은 필수이고, 작업장 출입 시 위생 게이트를 통과해야 합니다. 머리카락이나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늘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죠.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을 따르는 센터도 많아, 조리 중에도 온도 체크, 보관 시간 기록, 조리 도구 세척 기록 등 모든 공정이 엄격하게 관리됩니다.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을 거치는 만큼 실수의 여지가 있는 부분도 있지만, 한 번이라도 위생 사고가 나면 업체 이미지에 큰 타격이 생기기 때문에 항상 긴장 상태입니다.
또한, 단체 급식일수록 개인 입맛보다 전체 만족도를 우선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간이 너무 세거나 싱겁지 않게 조율하는 것은 물론, 외관도 신경 써야 하죠. “보기에도 맛있어 보이는가?”라는 기준까지 챙겨야 하니 단순한 음식 조리가 아닙니다.
단순 노동? No. 책임과 팀워크가 요구되는 현장
간혹 도시락 제조나 급식 센터 업무를 단순한 반복 노동이라 생각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역할 분담이 명확한 팀 기반 시스템으로 움직이며, 한 명이라도 제 역할을 못하면 전체 작업에 차질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A라인에서 밥을 퍼고, B라인에서 반찬을 담고, C라인에서 포장을 한다고 가정할 때, 한 구간에서 1~2초라도 지연이 생기면 전 라인이 멈추게 됩니다. 따라서 모든 근무자는 개인 작업 능력뿐만 아니라 협업 능력도 중요합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자동화 설비가 도입되면서, 단순 반복보다는 기계와의 협업도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식품 생산 기계를 다루는 능력, 간단한 기계 오류 대처법 등도 요구되기에 단순 ‘서서 일하는 알바’라는 인식은 맞지 않죠.
또한, 대부분의 센터에서는 파견직, 계약직, 정규직 등이 혼합되어 근무하는데, 서로의 처우나 업무 부담에 차이가 있어 갈등 요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절대 일할 수 없는 환경이기에,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내는 사람들이 더욱 빛나는 직장입니다.
도시락 제조·급식 센터는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일상 속 노동의 현장입니다. 단순히 '음식 만드는 곳'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끼니를 책임지는 곳이며, 빠른 시간 안에 정확한 품질을 유지해야 하는 고도의 현장이죠.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새벽부터 밤까지 시간을 쪼개며 일하고, 누구보다도 위생과 책임감을 갖고 일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여러분의 점심을 위해 이른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했을지도 모릅니다. 이 글이 그들의 노고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